참관 보고서
총 : 3 건
- 01 "제4회 한문학국제하계대학(Hanxue International Summer Campus)" 참관 보고서 (2025.08.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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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한문학국제하계대학(Hanxue International Summer Campus)" 참관 보고서 (2025.08.24-28.)
한문학과 4학년 김나원
「제4회 한문학국제하계대학(Hanxue International Summer Campus) - “東亞文化的共融與和平”」은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한자한문연구소· 글로벌인문학연구원, 일본 히로시마대학교 종합과학부, 그리고 대만 정치대학교 일본어문학과· 한국어문학과· 중국문학과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 여름 계절학기 수업입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고 있는 2025년도 프로그램은 8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히로시마대학에서 진행되었습니다. 5일간의 일정은 세 학교 교수님들이 진행하는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강의, 세 학교 학부생 및 대학원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조별 토론과 발표, 현장 답사로 이루어졌습니다.
강의 세션

‘전체 35시간의 일정 가운데 절반 정도인 18시간 정도는 강의를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세 학교 교수님들께서 모두 강의를 해주신 덕분에, 한·일 승려와 사절이 당나라 사람들과 맺은 시 교류망부터 한국 고전 영웅소설의 전쟁과 평화까지 폭넓은 주제들을 접할 수 있어 매 수업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아래는 제가 인상 깊게 들었던 수업들의 내용입니다.
荒見泰史 선생님께서는 「宮島:神佛共融的信仰世界」 라는 주제로, 고대로부터 신성한 섬이라고 여겨진 미야지마의 역사와 신앙, 그리고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에 대해 강의해 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미야지마의 아름다운 다섯 봉우리 사진을 보여주시며, 고대인들이 이러한 수려한 형태를 보고 섬 자체를 신으로 숭배하게 되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교통 노선이 바뀌어 예전처럼 그 경치를 온전히 감상하기가 어렵게 되었다고 덧붙이셨습니다. 옛사람들이 실제로 어떠한 경로를 통해 그 봉우리를 바라볼지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하였었는데, 당대 사람들의 시각을 통하여 그들의 이해방식을 탐구하려 하시는 선생님의 학자적 태도가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미야지마에서 신불습합(神佛習合)의 흔적이 드러난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미센산(弥山)이 불교적 세계관에서 수미산(須彌山)과 연결되어 종교적 상징성을 갖게되었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으며, 이쓰쿠시마 신사와 다이쇼인 사찰의 배치가 신불습합(神佛習合)의 흔적이자 종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구조라는 선생님의 설명은, 옛 건축물을 바라볼 때 단순히 그 형태나 위치만을 보았던 저에게 유적을 접하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습니다.
아울러 미야지마의 역사가 고대까지 이어지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여 여전히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하여 미야지마를 단순한 관광 명소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역사를 발견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끊임없이 새롭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시각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번 수업을 통해 배운 이러한 시각들이 앞으로 다른 역사문화적 공간을 바라볼 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荒見泰史 교수 강의 현장>
楊柳 선생님께서는 「平山郁夫與絲綢之路」 라는 주제로, 히라야마 이쿠오(平山郁夫)와 둔황에 대하여 수업해 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히라야마 이쿠오(平山郁夫)를 히로시마 원자폭탄을 겪고 피폭 휴유증에 시달리며 평생 작품활동을 이어갔던 인물로 소개하셨습니다. 어린 시절 원자폭탄의 참상을 목격하고 난 후, 평화를 자신의 예술의 화두로 삼게 되었고, 불교 전래와 삼장의 여정을 그리면서 실크로드와 둔황을 평생의 주제로 삼게 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불교와 관련한 주제들이 많은데, 왜 유독 둔황에 주목하였는지가 궁금했었는데, 1959년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의 소설 『둔황』 출판을 계기로 일본 사회에서 ‘오리엔트 붐’이 일었다는 설명을 듣게 되어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히라야마(平山) 선생이 둔황 벽화를 여러 차례 사생하면서, 그 문화유산이 보존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문화유산 보호 활동에 힘썼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국경을 넘어 문화유산을 지키는 활동을 펼친 그의 모습이 평화를 향한 가치와도 맞닿아있다고 느껴져 더욱 인상깊게 느껴졌습니다.
조별토론 및 발표 세션
오전과 오후에 걸쳐 약 6시간의 강의를 들은 후, 하루의 마지막 일정으로 같은 조 학생들과 함께하는 1시간의 자유 토론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이 시간 동안 저희는 프로그램 마지막 날에 있을 조별 발표를 준비하기 위해 의견을 나누고 자료를 정리하였습니다.
저희 조는 다이라노 기요모리(平清盛)를 주제로 선정하여 발표하였습니다. 히로시마대학 학생들은 사료와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기요모리의 정치적·종교적·지역적 이미지를 다각도로 소개하였고, 대만정치대 학생은 《장추기(長秋記)》를 인용해 평씨 부자가 일송무역(日宋貿易)에서 수행한 역할을 분석하였습니다. 저는 대만정치대 한국어문학과 학생과 함께 ‘한국의 시각에서 본 다이라노 기요모리의 이미지’를 주제로 잡아, 그 학생은 조선시대, 주로 조선통신사 관련 사료에 나타난 기요모리의 모습을, 저는 현대 한국에서 국사편찬위원회가 서술하고 있는 기요모리의 모습을 소개하였습니다.
다이라노 기요모리(平清盛)는 일본 내부의 정치사에서는 무가 정권의 대표적 인물로, 동아시아 국제무역사에서는 일본을 동아시아 해상 네트워크 속에 본격적으로 편입시킨 인물로, 조선과 현대 한국의 시각에서는 또 다른 인물로 평가되었습니다. 이처럼 한 인물에 대한 해석이 시대적 배경과 지역적 맥락 등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다른 국적과 전공을 지닌 학생들과 함께 각자의 연구 자료와 방법론을 공유하는 일이 자료를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조별과제 발표자료>
현장 답사 세션
하루동안 진행된 답사는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과 미야지마(宮島)를 방문하는 것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에는 원자폭탄 투하 당시 무너진 모습이 그대로 남겨져있는 원폭돔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의 평화로운 풍경과 대조되는 건물의 잔해가 이곳이 80년 전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임을 실감하게 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언어로 새겨져 있는 원폭 사망자 위령비와 세상의 모든 핵무기가 없어질 때까지 꺼지지 않을 평화의 불꽃을 보며, 도시가 평화로운 미래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 내 원폭돔>
미야지마로 이동하는 페리에서는 마치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다섯 개의 봉우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면 자칫 모르고 지나쳤을 풍경이었지만, 고대인들은 이 봉우리를 신성시하여 섬 자체를 신으로 숭배했다는 설명을 떠올리니 미야지마라는 공간이 더욱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닌, 오랜 시간 사람들의 믿음과 경외심이 쌓인 신성한 장소라고 생각하니, 바다 가운데 세워진 이쓰쿠시마 신사 도리이나 여러 절과 신사들, 그리고 자유롭게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는 사슴들이 모두 어우러져 미야지마라는 신성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야지마의 미센산>

<미야지마의 이쓰쿠시마 신사>
이번 학술 프로그램은 국제 학술 교류의 가치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각 교수님들께서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해 보여주신 깊은 애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자료를 비판적으로 읽고 해석하시는 것을 보며, 학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함께 연구할 때 나타나는 학문적 시너지를 직접 느껴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학생들과 하나의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혼자서는 알 수 없었을 새로운 관점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제 자신의 학문적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다문화적 학술 교류의 기회가 더 많아져서, 저 같은 학부생들도 다양한 배경의 연구자들과 소통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새로운 시각들을 앞으로의 학업에 잘 활용해보고 싶습니다.
- 02 "제14회 漢字與漢文敎育 國際硏討會" 및 "홍콩침회대학 워크숍·홍콩교육대학 워크숍" 참관 보고서 (2025.01.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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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漢字與漢文敎育 國際硏討會" 및 "홍콩침회대학 워크숍·홍콩교육대학 워크숍" 참관 보고서
한문학과 4학년 손채원
2025년 1월 17일부터 18일까지 홍콩에서 개최된 ‘제14회 漢字與漢文敎育 國際硏討會’ 및 홍콩침회대학 워크숍·홍콩교육대학 워크숍에 참석하면서,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이 지닌 학술·문화적 깊이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홍콩이라는 공간은 한국과는 또 다른 한자문화권의 모습을 갖고 있어 문화의 다양성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여러 국가의 학자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중국어가 학술 교류의 핵심 매개체로 기능함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참관을 통해 느낀 점은 크게 ‘한자 교육’, ‘한국학’이라는 두 주제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한자 교육의 현재와 다양한 시도
‘漢字與漢文敎育 國際硏討會’에서는 대만, 홍콩, 핀란드 등 여러 국가의 학자들이 가진 한자와 한문 교육에 대한 고민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논의 주제는 ‘이중언어’였습니다. 학술대회 첫째 날 포럼에서 鍾鎮城 선생님께서는 「대만 국민 교육 현장의 신주민 언어 교육 정책」이라는 주제로 대만의 한문 교육 정책에 대해 분석하셨습니다. 연구자는 객가어, 중국어, 영어의 학습 단계를 분석해 언어 학습 단계를 분석한 다음, 객가어와 중국어의 언어 체계를 비교해 문자와 구어 간의 상호 의존성을 보완하기 위한 언어 교육 정책 방향을 제언했습니다. 또한, 더 나아가 문해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언어 이해의 복잡성을 개선하기 위해 일종의 언어 진화를 유도해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둘째 날에는 胡向青 선생님께서 「홍콩 중등교육 졸업시험 쓰기 전략」이라는 주제로 싱가포르 내 영어와 중국어 이중언어 사용자의 학습을 분석하셨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점차 중국어보다 영어 사용이 증가하고, 한자 학습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하셨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일상에서의 중국어 사용이 중국어 학습 능력에 주는 영향’을 주제로 한 연구는 학생들을 연령과 성별로 나누어 일상에서의 중국어 노출이 얼마나 중국어 학습에 도움이 되는지를 영어와 비교해 살펴본 결과, 7-12세 사이 학생들에게서 중국어 이해 능력이 분명하게 향상되고, 특히나 9-12세 사이의 학생들에게서 언어 학습 능력 또한 뚜렷하게 향상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14회 漢字與漢文敎育 國際硏討會’ 포럼>
두 연구는 각각 정책적 방안과 일상에서의 학습법이라는 상이한 방향에서 이중언어 환경의 한자어 학습 수준을 향상시키는 방안에 대해 노력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두 발표를 들으며 한국의 한자 교육 현실도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한국은 대만・싱가포르와 달리 생활 전반이 한자어와 직접 맞닿아 있는 환경이 아니기에, 학습 동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교 내에서의 체계적 지원과 생활 속 활용 방안이 동시에 마련되어야 합니다. 특히 싱가포르의 사례처럼 일상에서의 언어 노출이 학습 능력 향상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한자 교육이 디지털 콘텐츠나 문화 활동처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역에 한자가 노출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자 자체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洪嘉馡 선생님의 「유아 중국어 능력의 문자 인식 진단 및 학습 시스템」발표에서 홍콩 내 문어문 비사용자들을 위한 중등교육 단계 문어문 쓰기 전략’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5개국 출신의 1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학생들은 중국어 말하기는 가능하지만 글을 쓰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는 학생이 말한 중국어 문장을 한문으로 보여준 다음, 학습한 한자를 다른 문장에 응용해서 빈칸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한자와 친해질 수 있는 방안을 탐구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자들은, 대만에서 8세 이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자 학습 어플을 만들어 아이들의 한자 실력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탐구했습니다.
이러한 발표를 들으며 한자 사용량이 감소하는 일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며, 다양한 국가에서 여러 방식으로 한자 사용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또한, 전통적인 한자 교육과 현대 기술이 융합하는 모습을 보며 전통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안으로 또 어떤 것이 있을지 고민하는 지점이 되었습니다.
홍콩에서의 한국학 연구
홍콩에서의 한국학 연구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초기 단계라는 것에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홍콩교육대학 워크숍에서 羅樂然 교수님은 홍콩 내 한국학의 전개 과정을 발표하시며, 연구 초기에는 중국사와 연계된 한국사 연구가 주류를 이루어 ‘최치원’이나 『삼국유사』를 다룬 연구가 중심을 이루었음을 소개하셨습니다. 이후 홍콩대와 홍콩중문대 등에서 한국사 관련 강좌가 개설되며 연구의 외연이 조금씩 확대되었으나, 아직은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고 주제의 폭도 다양하지 않다고 지적하셨습니다. 홍콩침회대학에서의 워크숍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홍콩 내 한국학 전공자는 많지 않으며, 연구 주제도 정약용·박지원 등 일부 학자에 한정되어 있으며, 한국학 연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홍콩교육대에서의 워크숍>
그럼에도 이는 오히려 향후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현재 K-POP과 K-드라마를 비롯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학 디지털 베이스가 구축된다면 해외 연구자들의 자료 접근성이 매우 향상될 것입니다. 이는 홍콩을 포함한 해외에서의 한국학 연구가 활발해지고 주제 또한 다양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홍콩은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이 서구 학문권과 만나는 접점 중 하나인 만큼, 디지털 자료를 기반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와 학문 간 융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최적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콩침회대학 워크숍>
이 밖에 학술대회와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가장 크게 절감한 것은 학술 교류에서 중국어가 핵심 매개체라는 점이었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학자들이 모여 토론을 진행하는 동안, 발표와 질의응답 대부분이 중국어로 이뤄지는 것을 보며 동아시아권 학술연구에서 중국어 구사 능력이 사실상 필수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료를 읽어 볼 때뿐만 아니라, 현대 한문학을 다룰 때도 중국어가 학문에 존재하는 국경을 넘나드는 언어이며, 학술 커뮤니티에서 필수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중국어 실력을 향상시킨다면 앞서 말했던 한국학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중국어에 능통한 것이 한국학의 국제적 교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본 소양이 될 것입니다.
덧붙여 홍콩에서 짧은 시간을 보냈지만 한국과 홍콩의 차이와 공통점이 강렬하게 와닿았습니다. 홍콩에서 직접 만난 광둥어는 색다르면서도 신기한 언어였습니다. 예컨대 ‘九龍(Kowloon)’이나 ‘香港(Hong Kong)’ 표기가 표준중국어 발음과 다르고, ‘韓國(hongwok)’, ‘大學(daaihok)’, ‘學生(hoksaang)’ 등 광둥어 발음이 오히려 표준중국어보다 한국어와 거의 동일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먼 나라로 인식해 온 홍콩이 어떠한 이유로 한국과 언어적 유사성을 공유하는지 궁금했는데, 중세 중국어 음운이 각 나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유사한 발음을 갖게 되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홍콩은 번체자를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일상생활에서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한자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신기했습니다. 그러한 지점에서 한국이 한자 문화권 내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느꼈습니다.

<지하철 노선도에 ‘九龍’이 ‘Kowloon’으로 적혀 있었다.>
이번 홍콩에서의 시간은 한자 교육의 현재와 한국학 연구의 가능성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한자 교육은 전통적 방식과 현대적 기술의 융합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홍콩이라는 한자문화권 국가 내 한국학 연구 현황을 직접 접하면서 한국학이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음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K-POP과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요즘, 이를 학문적 관심으로 연결하기 위한 연구 환경 구축과 한국학 데이터베이스 정비, 국제적 학술 교류 확대, 그리고 중국어 소양 강화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한국학이 더욱 국제적 학문으로 자리 잡아, 홍콩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져 한국학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소통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03 "제11회 明治大學·高麗大學校 국제학술회의" 참관 보고서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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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明治大學·高麗大學校 국제학술회의" 참관 보고서
한문학과 4학년 신지윤
들어가며
지난 2월 27일, 東京都 千代田區에 위치한 明治大學에서 明治大學 大學院 文學硏究科, 明治大學 日本古代學硏究所, 高麗大學校 4段階 BK21 國語國文學敎育硏究團, 高麗大學校 漢字漢文硏究所, 高麗大學校 韓國史硏究所가 공동 주최한 「제11회 明治大學·高麗大學校 국제학술회의」가 열렸습니다. 양교의 학술교류는 2009년부터 두 나라를 오가며 다양한 형식과 규모로 지속되어 왔는데, 특별히 올해 행사에는 양교 외에 제3, 4국의 연구자분들도 함께하여 보다 폭넓은 지적 교류의 장이 마련되었습니다.
필자는 한문학과 학부생 국제학술대회 참관 지원 프로그램의 기회로 인하여 이번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학부생의 자격으로 해외에서 진행하는 학술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흔치 않은 기회라는 것을 알기에, 필자에게는 이번 참관이 더욱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그러한 까닭에 출발 전부터 학술회의에서 어떠한 주제의 연구 발표가 진행되는지 미리 자료집을 통해 확인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던 것 같습니다.
이번 「제11회 明治大學·高麗大學校 국제학술회의」의 참관은 필자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발표자와 청중이 한자리에 모여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논의를 이어가는 과정 뒤에는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고, 연구의 시야를 보다 넓게 가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 오래도록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깨달음들이 남았습니다. 그때의 기억과 느낀 바를 기록으로 적어보고자 합니다.
프로그램의 구성
「제11회 明治大學·高麗大學校 국제학술회의」는 크게 교원 발표 세션과 대학원생 연구 발표 세션으로 꾸며졌습니다. 대학원생 연구 발표 세션은 연구 주제에 따라 고고학·사학 분야와 문학·어학 분야로 나누어 진행되었으며, 각 발표가 끝난 후에는 연구에 대한 심도 있는 상호논평이 이루어졌습니다.

<발표에 관한 상호논평 시간 中>
연구 주제가 인문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고고학·사학·문학·어학 분야로 나누어지기는 했지만, 각 발표자의 세부 주제는 다양한 편이었고, 소재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자아내는 발표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연구 방법론이 나라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일 것 같다는 예상과 달리, 발표자 개개인이 지닌 시각과 접근 방식에서 차이가 나타났는데, 이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발표 ① ― 「韓日 墳丘墓의 베개」
모든 발표를 즐겁게 들었지만 유독 필자의 기억에 남는 세 개의 발표가 있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明治大學의 有原寛 선생님이 발표한 「韓日 墳丘墓의 베개」입니다. 고고학에서 유물과 유적은 그 시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그렇기에 필자 역시 중고등학교 때 각 시대와 나라별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익혀두곤 했습니다. 그러나 ‘頭枕’이라는 소재는 중등 교육과정에서 자세히 다뤄진 적이 없었기에, 연구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과연 주검의 베개를 대상으로 어떤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有原寛 선생님의 발표를 들으며, 두침의 형태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단순한 베개 형태가 아니라 공예품처럼 화려한 무늬·장식이 가미된 두침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두침과 足座 사진을 보여 주시며, 중국 남조·불교의 영향이 뚜렷이 보인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이어 일본에서 출토된 두침을 소개하면서는 千葉縣·茨城縣 고분의 두침을 보여 주셨는데, 두 곳에서 출토된 석제 두침은 신기하게도 구멍, 그리고 그 구멍에 꽂을 수 있는 ‘立花’라는 장식품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선생님께서는 한반도와 倭의 교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이 있는 한편, 일본만의 독자적인 신앙 요소가 나타나는 유물이 확인되기도 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韓日 墳丘墓의 베개」 발표 中>
발표를 들으며 필자는 두침이 단순한 부장품이 아니라, 당대의 사후 세계에 대한 인식과 신앙을 반영하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라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또 작은 유물 하나를 통해 한일 간의 장례문화를 비교·분석하고, 이를 통해 문화 교류의 흔적과 독자성을 규명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발표 ② ― 「중국시와 『萬葉集』의 비교로 보는 구름 속 기러기」
한문학을 주제로 삼은 연구 발표가 많지 않았지만, 짧게나마 적어 보면 竹下太崇 선생님의 「중국시와 『萬葉集』의 비교로 보는 구름 속 기러기」 발표 또한 굉장히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竹下太崇 선생님께서는 ‘기러기가 구름 속에 숨는 것’이 중국시에서는 ‘雲中’으로 표현되고 柿本人麻呂의 시에서는 ‘隱’으로 표현되는 현상을 비교 분석하면서, 중국시는 ‘기러기가 구름 속에 들어가는 것’에 초점이 있고 柿本人麻呂의 시는 ‘기러기가 구름에 숨겨져 보이지 않는 것’에 초점이 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중국시의 기법을 모방하면서도 변주를 준 점이 흥미로웠고, 한국의 한시에서도 (전고를 그대로 활용하지 않고 변주하여) 한국만의 독자적인 표현을 만들어낸 시가 있을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시와 『萬葉集』의 비교로 보는 구름 속 기러기」 발표 中>
이외에도…
前述한 바와 같이, 앞서 소개한 두 발표 외에도 모든 발표가 흥미롭고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소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필자는 만화를 참 좋아하고 語學에 관심이 많아, 「일본 소년만화에 등장하는 기술의 명칭: 글자수와 모라수의 관점에서」 발표는 정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귀 기울이며 들을 정도였습니다. 발표를 들으며 ‘한문학 공부를 보다 깊이 한 후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들을 연결 지어 연구할 수 있을까? 만약 가능하다면 그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맺음 ― 국제학술회의 참관을 마치며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것들
한국으로 돌아와 참관기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까지, 필자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국제학술회의의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시간을 들여 곱씹을수록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것들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비추어 주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중 하나는 연구란 단숨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입니다. 흐르는 물이 반드시 웅덩이를 채운 뒤에야 다음으로 나아가듯(流⽔之爲物也, 不盈科不行), 연구자 또한 한 걸음 한 걸음 차곡차곡 쌓아가야만 비로소 단단한 성취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발표를 맡은 선생님(대학원생 연구자)들은 저마다의 연구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필자에게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군가는 옛 기록과 유산을 발굴하며 시간의 흔적을 더듬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기존 연구에 의문을 던지며 새로운 해석의 길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고고학이든, 사학이든, 문학이든, 어학이든 ― 연구의 주제와 방식은 다 달랐지만, 모두 한 단계씩 차근히 자신의 연구를 완성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또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그려가는 연구 지도는 결국 인문학을 확장하는 움직임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필자는 졸업과 동시에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졸업’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graduation의 어원은 ‘단계’를 의미하는 라틴어 gradus입니다. 또 독일어로는 Abgang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졸업’이라는 의미와 함께 ‘출발’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졸업이란 곧 점진적으로 쌓아나간 단계의 완성이자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제 필자에게 남은 과제는 이번 학술회의에서 얻은 배움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문학의 한편에 저만의 발자국을 하나둘 남겨가는 것이겠지요.
한문학을 한다는 것은 결국, 언어를 통해 무늬(文)를 남기려 했던 사람들의 흔적을 되짚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전을 그저 과거의 저작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유효한 의미를 찾아내고, 그것을 미래로 이어가는 일이야말로 한문학 연구자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한문학의 의미를 더욱 깊이 탐구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구자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